얼마 전 계명대 여성학연구소가 '2026년 성평등진흥 유공' 성평등가족부 장관표창을 받게 되었다는 연락을 받았다. 연구소의 지난 활동을 정리해 표창을 신청하는 과정에서 2003년 개소 이후 23년의 시간을 다시 들여다보게 되었다. 연구와 교육, 지역사회 활동을 하나씩 정리하다 보니 그동안 쌓여온 활동의 폭과 무게가 새삼 크게 다가왔다. 선정 소식은 그래서 더욱 반가웠고, 이 소식은 자연스럽게 계명대 여성학의 지난 시간을 돌아보게 했다.
계명대는 지역에서 여성학의 문을 일찍 연 대학이다. 1990년 계명대학교(신일희 총장)는 여성학과 석사 과정을 개설하였고, 지역에서 유일하게 '여성학과'라는 이름을 가진 독립적인 학과를 운영해 왔다. 여성학을 다른 학문의 일부가 아니라 그 이름 그대로 배우고 연구할 수 있는 공간이 지역에 만들어진 것이다. 그 공간에서 여성의 삶과 경험은 독립된 학문의 질문이 되었다. 그리고 여성학과에서 이어온 교육과 연구는 이후 여성학연구소의 연구와 활동으로도 긴밀하게 연결되어 왔다.
35년의 시간이 늘 순탄했던 것은 아니다. 대학 안의 변화 속에서 여성학과의 소속과 운영 형태도 달라졌지만, '여성학과'라는 이름으로 여성학을 배우고 연구하는 자리는 이어져 왔다. 그러나 이제는 새로운 학생을 받지 못하고 있다. 여성학과를 다른 대학원에서 이어가기 위한 논의도 있었지만 아직 그 자리는 마련되지 않았다.
여성학을 배우기 위해 지역 곳곳에서 사람들이 찾아왔다. 여성학과에서 시작된 배움은 다시 연구와 여성운동, 성평등 교육과 정책의 현장으로 이어졌다. 여성학과가 사람을 길러냈다면 연구소는 그 지식과 질문을 연구와 교육, 실천의 장으로 확장해 왔다.
그 시간을 이어온 것은 결국 사람들이었다. 여성학을 가르쳐 온 교수들, 연구소의 연구와 활동을 이어온 연구자들, 이곳에서 여성학을 배우고 각자의 자리에서 그 질문을 이어온 동문들이 있었다. 연구소의 세미나와 학술대회, 연구사업과 지역 활동 역시 어느 한 시기의 성과가 아니라 그곳을 거쳐 간 많은 사람들의 시간과 노력이 쌓여 만들어진 것이다. 이번 장관표창은 그렇게 축적된 여성학의 지식과 질문이 지역의 성평등으로 이어져 온 시간을 인정받았다는 점에서 더욱 의미가 있다.
이것은 계명대가 오랜 시간 만들어 온 자산이기도 하다. 여성학과를 통해 배출된 사람들과 여성학연구소에 쌓인 연구 성과, 그리고 그 지식이 지역의 여러 현장과 만나며 만들어 온 관계는 짧은 시간에 새로 만들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오랜 시간에 걸쳐 만들어진 이 기반이 오늘의 성과를 가능하게 했다. 그렇기에 이번 장관표창은 지나온 시간을 기념하는 데서 그치지 않고 앞으로 무엇을 이어갈 것인가를 생각하게 한다.
그리고 그 끝에서 다시 계명대 여성학과를 보게 된다. 35년을 이어온 여성학과의 앞날은 여전히 불투명하다. 여성학과 개설 신청 서류는 이미 제출되었지만, 현재 그 서류가 대학 어디쯤 머물러 있는지는 알 수 없는 상황이다. 이번 성평등가족부 장관표창으로 여성학과와 연구소, 그리고 그곳을 거쳐 간 수많은 사람들이 이어온 시간이 오늘 성평등에 기여한 공적으로 인정받았다. 그렇다면 이제 그 역사를 과거로 남겨둘 것이 아니라 계명대 여성학과의 이름으로 계속 이어져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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