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귀질환 환자들이 먼저 찾았다…바이오미에 열린 기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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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오 스케일업①-바이오미]
'생선냄새증후군' 미국 임상 앞두고 관심 확산
셀트리온 공동개발·다국적제약사와 협력 논의
임상약 조기공급 추진…시리즈B 투자유치 진행
국내 바이오산업의 미래를 이끌 유망 기업들을 소개합니다. 비즈워치와 초기 기술기업 투자 및 사업화 지원 벤처캐피탈인 스케일업파트너스는 차별화된 기술력과 성장 잠재력을 갖춘 바이오기업들을 발굴하고, 이들의 연구개발 성과와 사업화 전략, 글로벌 시장을 향한 도전을 조명합니다.[편집자주]

아직 임상시험도 시작하지 않은 국내 바이오기업의 신약을 향해 해외 환자들이 먼저 움직이기 시작했다. 미국에서는 환자들이 임상 참여를 위해 예일대학교와 메이요클리닉에 직접 문의하고 있다. 온라인 환자 커뮤니티에서는 두 기관의 임상시험센터 연락처가 공유되며 참여를 독려하는 움직임도 나타났다. 신약개발기업 바이오미 얘기다.

호주와 이탈리아에서는 환자들이 자신을 진료하는 의사를 바이오미에 직접 소개하기도 했다. 중남미에서는 향후 치료제 공급을 위해 환자들이 의료진 연락처를 모으는 움직임까지 나타나고 있다. 윤상선 바이오미 대표는 오는 11월 콜롬비아 보고타에서 열리는 학술행사에 초청받아 강연하고, 글로벌 환자 커뮤니티 모임에도 참석할 예정이다.

이들이 기다리는 것은 바이오미가 개발 중인 트리메틸아민뇨증(TMAU) 치료제 'BM109'다. 트리메틸아민뇨증은 일명 '생선 냄새 증후군'으로 불리는 희귀질환으로, 현재 미국에서 승인받은 치료제가 없다.

윤상선 바이오미 대표는 "세계 환자들로부터 연락이 이어지고 있다"며 "환자들이 직접 의료진을 연결하고 치료제 공급 방안을 찾는 모습을 보면서 이 질환의 미충족 의료 수요가 얼마나 큰지 실감하고 있다"고 말했다.

희귀의약품 지정부터 조기 허가까지

바이오미는 지난 4월 미국 식품의약국(FDA)으로부터 BM109의 임상 1/2a상 시험계획을 승인받았다. 이 소식이 알려지면서 세계 각국의 환자들이 임상 참여와 치료제 공급에 관심을 보이기 시작했다.

트리메틸아민뇨증은 체내에서 트리메틸아민(TMA)을 정상적으로 대사하지 못해 땀과 소변, 호흡 등에서 악취가 발생하는 희귀 대사질환이다. 환자들은 대인관계와 사회생활에서 심각한 어려움을 겪지만 현재로서는 식이조절 등을 통해 증상을 관리하는 것이 유일한 대응 방법이다.

BM109는 장내에서 악취의 원인 물질인 TMA를 직접 분해하는 생균치료제(LBP)다. 바이오미는 동물실험에서 TMA를 약 83% 줄이는 효과를 확인했으며 이를 바탕으로 사람 대상 임상을 준비하고 있다.

미국에서는 예일대학교와 메이요클리닉을 임상기관으로 확보하고 환자 모집을 준비 중이다. 회사는 연내 환자 모집을 시작해 12주간 약물을 투여하고, 내년 상반기 초기 임상 결과를 확보한다는 목표다.

바이오미는 희귀질환의 특성을 활용해 임상개발 기간을 줄이고 조기에 미국 품목허가를 신청하는 전략도 추진하고 있다. 지난해 5월 BM109에 대해 FDA로부터 희귀의약품 지정(ODD)을 받은 것도 이러한 개발 전략의 기반 중 하나다.

바이오미는 임상 1/2a상에서 초기 안전성과 유효성을 확인한 뒤 환자 수를 늘린 임상 2b상을 진행할 계획이다. 이를 토대로 임상개발 기간을 단축하고 조기에 미국 시장에 진입한다는 전략이다.

윤상선 바이오미 대표는 "임상 2b상을 허가를 위한 핵심 임상으로 활용해 별도의 3상 없이 FDA에 품목허가를 신청하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정식 품목허가에 앞서 조기 사업화도 추진하고 있다. 바이오미는 국가별 미허가 의약품 조기공급 제도를 활용해 임상 단계의 치료제를 환자에게 제공하는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의료진의 요청과 현지 규제 절차를 거쳐 특정 환자에게 약물을 공급하는 지정환자 프로그램(NPP) 등이 대표적이다.

이를 위해 독일 기반 글로벌 희귀질환 치료제 회사인 서브로사 헬스 앤 캐피탈(Subrosa Health & Capital) 등과 협력하고 있다. 바이오미는 허용되는 국가에서 치료제를 유상 공급해 초기 매출을 창출하고, 실제 환자 사용 경험도 확보한다는 구상이다.

희귀질환 넘어 신장질환…글로벌 협력 모색

바이오미가 글로벌 시장에서 BM109로 기대하는 기회는 희귀질환 치료에 그치지 않는다. BM109의 작용기전을 활용해 심혈관질환과 만성신장질환(CKD)으로 개발 영역을 확대하는 전략도 추진하고 있다.

BM109가 장내에서 분해하는 TMA는 간에서 TMAO(트리메틸아민 N-옥사이드)라는 대사물질로 전환된다. TMAO는 심혈관질환과 만성신장질환의 위험 및 예후와 관련해 연구되고 있는 물질이다. 바이오미는 장내 TMA를 직접 분해하면 TMAO 생성도 줄일 수 있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다국적 제약사도 BM109의 만성신장질환 치료 가능성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 

바이오미는 다국적 제약사와 비밀유지계약(CDA)을 체결했으며, 현재 회사 측의 요청에 따라 만성신장질환 동물모델을 활용한 추가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일부 실험 결과를 공유하며 후속 협력 가능성도 논의 중이다.

교수 창업에서 셀트리온 투자까지

바이오미는 연세대학교 의과대학 교수인 윤상선 대표가 2020년 설립한 바이오벤처다. 대학에서 진행한 기초연구 성과를 실제 환자 치료에 활용할 수 있는 신약으로 개발하겠다는 목표로 창업에 나섰다.

바이오미의 핵심 기술은 자체 개발한 '슈어(SURE)' 플랫폼이다. 질환과 관련된 핵심 대사물질을 먼저 선정하고, 이를 분해하거나 생성할 수 있는 미생물을 찾아 신약으로 개발하는 기술이다.

기존 마이크로바이옴 치료제가 장내 미생물 환경의 전반적인 변화를 통해 치료 효과를 기대했다면 바이오미는 질환과 관련된 특정 물질을 직접 조절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BM109 역시 장내에서 TMA를 분해하는 균주를 찾아 개발한 신약 후보물질이다.

이러한 기술을 바탕으로 국내 대형 바이오기업인 셀트리온과 협력 관계도 구축했다. 바이오미는 2024년 셀트리온이 지원하는 '서울바이오허브-오픈 이노베이션 프로그램' 2기 기업으로 선정됐으며, 같은 해 12월 셀트리온으로부터 시리즈A 지분투자를 유치했다.

셀트리온과는 다제내성균 감염 치료제 'BM111'의 공동개발도 추진하고 있다. BM111은 건강한 사람에게서 확보한 4종의 미생물을 조합해 장내에 자리 잡은 항생제 내성균을 제거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BM111은 연세대학교 세브란스병원 연구심의위원회(IRB)의 승인을 받아 연구자주도임상(IIT)을 진행 중이다. 회사에 따르면 지난 9월 첫 환자 투여가 이뤄졌으며, 인체에서의 안전성과 항생제 내성균 제거 효과를 확인해 후속 개발에 나설 계획이다.

글로벌 사업화 기회…시리즈B 투자유치

바이오미는 바이오 투자시장이 위축된 상황에서도 연구개발을 이어가며 성과를 쌓아왔다. 

창업 이후 시리즈A까지 유치한 투자금은 총 50억원이다. 이 자금과 정부의 연구개발 지원 등을 활용해 BM109의 미국 FDA 임상 1/2a상 시험계획 승인을 확보했고, BM111도 국내에서 연구자주도임상(IIT)을 진행하는 단계까지 진전시켰다. 한정된 자금으로 두 개의 파이프라인을 임상 연구 단계까지 끌어올린 셈이다.

후속 파이프라인도 확보했다. 'BM107'은 장내 유익한 대사물질인 부티르산의 생성을 늘리는 치료제로, 알츠하이머병 동물모델에서 인지기능 개선 가능성을 확인하고 관련 비임상 연구를 진행 중이다.

당장 2027년부터 BM109에서 안전성과 치료 효과가 확인된다면 기술이전, 조건부허가 등 글로벌 사업화 기회가 조기에 열릴 수 있다. 또한 이러한 성과가 뒷받침된다면 후속 투자유치는 물론 기업공개(IPO)까지 도전할 수 있는 기반도 마련될 것으로 보인다. 

현재 바이오미는 100억원 규모의 시리즈B 투자유치를 진행 중으로 최근 스케일업파트너스 등 일부 기관으로부터 투자금을 우선 확보했다. 다만 위축된 투자심리 속에서 목표한 자금을 모두 확보하는 것은 여전히 과제다.

윤상선 대표는 "지금까지 신약 후보물질을 임상 단계에 진입시키는 데 집중했다면, 이제는 실제 환자에게서 치료 효과를 입증해야 할 때"라며 "임상 성과를 글로벌 사업화로 연결해 우리 기술로 개발한 신약이 환자들에게 전달되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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