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자가족은 질병 등 증명해야
국내 분유 수유율 70% 넘어
한부모 취업률 83.9%에도 모유수유 전제
정부가 저소득 한부모가족에게 조제분유 구매비를 지원하면서 어머니 홀로 자녀를 키우는 모자가족과 아버지가 양육하는 부자가족에 서로 다른 기준을 적용하고 있다. 부자가족과 조손가족은 조건 없이 지원받을 수 있지만, 모자가족은 산모의 질병 등으로 모유수유가 불가능해야 한다. 생계와 양육을 홀로 책임지는 한부모 여성의 현실을 반영하지 못한 성차별적 제도라는 지적이 나온다.
보건복지부는 '저소득층 기저귀·조제분유 지원사업'을 통해 만 2세 미만 영아를 둔 기초생활보장·차상위계층·한부모가족 수급가구에 월 9만원의 기저귀 구매비를 지원한다. 기준중위소득 100% 이하 장애인가구와 자녀가 2명 이상인 다자녀가구도 대상이다. 장애인가구와 다자녀가구의 소득기준은 올해 7월 기존 80%에서 100%로 완화됐다.
그러나 월 11만원의 조제분유 구매비는 별도 요건을 충족해야 받을 수 있다. 한부모가족 중 부자가족과 조손가족은 지원 대상에 포함되지만 모자가족은 다르다. 에이즈, 항암치료, 방사선치료, 의식불명, 장기 입원, 유선 손상 등으로 모유수유가 불가능한 경우에만 지원받을 수 있다. 같은 저소득 한부모 가정이라도 아버지가 양육하면 조제분유가 필요하다고 인정하면서, 어머니가 양육하면 모유수유가 당연히 가능하다고 전제하는 셈이다.
신청 과정도 번거롭다. 질병을 이유로 조제분유 지원을 신청하는 모자가족은 의사진단서나 소견서를 제출해야 한다. 의료기관에서 진단받고 관련 서류까지 준비해야 한다. 모유량이 부족하거나 생계활동으로 모유수유를 지속하기 어려운 경우는 지원 사유에 포함되지 않았다.
국내 영아의 모유 수유율은 지속적으로 줄고 있다. 강민웅 고려대 구로병원 연구원과 최의경 고려대 구로병원 소아청소년과 교수 등 공동 연구팀이 2025년 대한소아청소년과학회 국제학술지 '임상·실험소아과(Clinical and Experimental Pediatrics)'에 발표한 논문 '한국 영아의 모유수유 추세와 관련 요인(2007~2021)'에 따르면 생후 4~6개월 영아 중 모유만 먹는 완전 모유 수유율은 2007년 45.6%에서 2020년 15.4%로 급감했다. 2021년 기준 생후 6개월까지 모유만 먹인 비율은 8.8%에 그쳤다.
반면, 분유 수유율은 가파르게 증가하고 있다. 분유만 먹는 비율은 2007년 36.5%에서 2020년 70.6%로 약 두 배 증가했다. 같은 해 혼합 수유 비율은 14.0%였다. 분유와 혼합 수유를 합치면 84.6%에 달한다.
한부모가족은 생계와 돌봄을 홀로 책임지는 경우가 많다. 성평등가족부가 지난해 발표한 '2024년 한부모가족 실태조사'에 따르면 한부모의 83.9%가 취업 중이다. 미취학 자녀를 둔 한부모의 78.0%는 양육비와 교육비 부담을 호소했다. 아이를 돌봐줄 사람을 구하기 어렵다는 응답은 66.7%, 돌봄 시간이 부족하다는 응답은 63.9%였다.
생계와 양육을 홀로 책임지는 한부모 여성에게 모유수유는 쉽지 않을 수 있다. 출산 후 직장에 복귀하면 정해진 시간에 수유하거나 유축하기 어렵다. 아이를 돌봐줄 사람도 필요하다. 그러나 현행 제도는 이런 사정을 조제분유 지원 사유로 인정하지 않는다.
세계보건기구(WHO)는 생후 6개월까지 완전 모유수유를 권고한다. 그러나 실제 수유 방식은 산모의 건강과 노동환경, 양육 여건에 따라 달라진다. WHO에 따르면 2024년 전 세계 생후 6개월 미만 영아의 완전 모유수유율은 48%였다.
권희정 미혼모아카이빙과 권익옹호연구소장은 현행 지원기준에 성차별적 요소가 있다고 비판했다. 권 소장은 "같은 저소득 한부모가족이라도 아버지가 양육하면 조제분유의 필요성을 인정하면서, 어머니가 양육하면 모유수유가 가능하다고 전제한다"며 "여성의 신체를 무상 양육 자원으로 간주하는 성별화된 돌봄 관념이 반영된 정책"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모유수유는 여성의 시간과 노동, 신체적 부담을 수반한다. 특히 생계와 양육을 홀로 책임지는 한부모 여성은 노동환경과 경제적 여건 등으로 모유수유를 지속하기 어려울 수 있다"며 "모유수유 여부는 여성의 건강과 노동환경, 개인의 선택을 고려해 결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권 소장은 해외 사례도 언급했다. 미국은 저소득층 영아에게 조제분유를 지원할 때 산모의 모유수유 불가능 여부를 필수 조건으로 삼지 않는다. 영국도 저소득층 가정이 식품지원금으로 조제분유를 구매할 수 있도록 한다. 권 소장은 "조제분유는 어머니를 위한 특혜가 아니라 영아의 건강과 영양을 보장하기 위한 필수적인 양육 지원"이라며 "부모의 성별이나 모유수유 가능 여부가 아닌 아동의 영양권과 가정의 경제적 조건을 중심으로 지원기준을 바꿔야 한다"고 말했다.
미혼모 지원 현장에서는 산모의 정신건강 문제도 고려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유미숙 미혼모지원네트워크 부대표는 현장에서 우울증 등으로 약을 먹는 미혼모들을 접한다면서, 조제분유 지원 대상으로 인정되는 질병은 매우 제한적이라고 말했다. 이어 "모유수유가 아이에게 좋다는 취지는 이해하지만 여러 사정으로 모유수유를 하지 못하는 경우에도 지원받을 수 있어야 한다"며 "이를 일일이 증빙하도록 하는 것도 당사자들에게는 부담"이라고 말했다.
장명선 사단법인 현장정책연구소 대표(전 한국양성평등교육진흥원 원장)도 사업의 성차별적 요소를 비판하며, "조제분유 지원은 아동의 건강권, 생명권과 연결되는 인권이기 때문에, 부모의 성별이나 모유수유 여부와는 상관없이 모두에게 똑같이 지원돼야 한다"고 강조했다.